“재미있어서 봤을 뿐인데”… 콘텐츠가 무섭게 바뀌고 있다
처음엔 그냥 신기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AI가 만든 그림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자동으로 나오는 뉴스 요약이나 영상 요약 콘텐츠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직접 검색하지 않아도 원하는 정보가 척척 나오는 것도 편했고, 무엇보다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하루, 이틀이 지나 어느새 일상이 되고, 습관이 되고, 나중엔 중독이 됩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AI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뉴스 기사부터 유튜브 쇼츠, 틱톡 영상, 인스타 릴스까지. 짧고 빠르며,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것들이 넘쳐납니다. 중요한 건, 이 콘텐츠 대부분이 AI 알고리즘의 추천에 따라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어떤 것을 클릭하고, 얼마나 오래 봤는지, 어떤 표현에 반응했는지를 시스템이 모두 기억하고 분석해줍니다. 그렇게 해서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보여주는 거죠.
처음엔 좋았습니다. 편하고 빠르고, 딱 내 취향이니까요. 하지만 이게 반복되면 문제가 됩니다. 내가 원하는 걸 본다기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거죠. 정보의 다양성은 줄고, 관심 있는 것에만 몰입하면서 비슷한 내용이 계속 떠오르고, 결국엔 깊이보다 ‘자극’에 더 익숙해지게 됩니다. 콘텐츠는 많아졌지만, 생각은 얕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콘텐츠 환경은 특히 스마트폰과 결합되면서 더욱 강력해집니다. 항상 손 안에 있고, 자투리 시간마다 확인할 수 있고, 시청도 조작도 너무 간편합니다. 쉬는 시간에, 대중교통 안에서, 심지어 누워 있는 중에도 콘텐츠가 계속해서 흘러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는 AI가 ‘추천한’ 콘텐츠입니다. 사용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AI는 취향을 분석하고 유도하며, 콘텐츠 소비를 조종하고 있는 셈입니다.
몰입? 중독? 애매한 경계에서 무너지는 집중력
문제는 이 AI 콘텐츠들이 너무 ‘잘’ 맞춰준다는 데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 보여주니까, 빠져나오기가 어려워집니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은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고, 알고리즘은 그걸 인식하고 다음 영상도 비슷하게 이어줍니다. 결과는 뻔하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보게 됩니다. 그게 하루 두세 번 반복되면 일과 중 상당 시간을 ‘소비’에만 쓰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한 시간 낭비로 끝나지 않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영향을 줍니다. 짧은 콘텐츠에만 익숙해지면, 긴 글을 읽거나 깊이 생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요즘 집중력이 떨어졌다”, “책을 끝까지 못 읽겠다”고 말합니다. 이는 AI 콘텐츠의 구조적 특징에서 비롯된 현상입니다. AI는 사용자의 시선을 오래 붙잡기 위해 흥미 위주의 구성과 빠른 전환을 반복하며, 그 결과 인간의 집중력은 점점 더 약해집니다.
수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자기 전 영상 한 개만’이라는 생각으로 스마트폰을 켜면, 알고리즘은 그 다음 영상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주죠. 그렇게 몇 개를 보다 보면 새벽이 됩니다. 수면 부족은 하루 컨디션을 무너뜨리고, 감정 기복이나 만성 피로로도 이어집니다. 반복되면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동반될 수 있고요. AI 콘텐츠는 결국 사람의 시간과 뇌를 빼앗는 셈입니다.
더 무서운 건 현실에서의 관계도 바뀐다는 점입니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보다,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밥 먹을 때도, 쉬는 시간에도, 사람보단 화면을 먼저 바라봅니다. 이건 단순히 나쁜 습관이라기보다, 인간관계의 밀도를 낮추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결국 AI 콘텐츠는 사람을 사람에게서 멀어지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사용자’가 아닌 ‘피사용자’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술을 없앨 순 없습니다. AI도, 스마트폰도, 콘텐츠도 분명 유용합니다. 다만 ‘내가 중심’이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콘텐츠가 나를 끌고 가는 구조가 아니라, 내가 콘텐츠를 선택하고 통제하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사용자의 기본 권리입니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건 사용 시간 확인입니다. 스마트폰 설정에서 하루 앱 사용 시간을 확인해보면, 깜짝 놀랄 수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오래 안 본 것 같은데?’ 싶은데도 몇 시간은 금방 넘습니다. 이걸 인식하는 순간, 조절이 시작됩니다. 일부러 ‘콘텐츠 없는 시간’을 하루에 30분씩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침 기상 후 30분, 자기 전 30분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멀리하면, 뇌가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알림 줄이기’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콘텐츠 소비는 ‘알림’에서 시작됩니다. 유튜브 새 영상 알림, 뉴스 속보, SNS 좋아요… 이런 알림은 집중력을 깨고, 결국 콘텐츠 소비로 이어집니다. 알림을 최소화하면 그 흐름을 끊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아날로그 활동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거나 운동을 해보는 거죠. 이런 활동은 빠른 전환 없이 깊게 몰입하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꾸준히 하면 효과가 나타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콘텐츠를 ‘보고 있는가’ 혹은 ‘끌려가고 있는가’를 자주 되묻는 겁니다.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습관이 조금씩 바뀝니다. AI 콘텐츠의 유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기술은 멈추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 그것이 결국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는 가장 강력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