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결국 사람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급속도로 진화하는 AI, 빅데이터, 자동화 기술이 윤리적 기준 없이 활용될 경우, 사회 전체에 예상치 못한 피해와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기술이 악용되거나 윤리적 통제를 벗어날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해악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제 사례와 함께 기술 사용의 책임과 필요성을 고찰합니다.
기술 악용: 뛰어난 도구는 언제든 위험한 무기가 된다
기술은 본래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모든 기술은 이중성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GPS는 위치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용한 기술이지만 동시에 감시나 스토킹 도구로 악용될 수 있습니다. 딥페이크 기술은 영화 제작과 교육 콘텐츠에 유용하지만, 유명인 합성 영상이나 가짜 뉴스 제작에 사용되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조작 문제입니다. 사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분노, 혐오, 갈등을 조장하는 콘텐츠가 더 많이 노출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극단주의와 사회 분열을 확산시켰습니다. 기술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일으켰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라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제조사, 개발자, 사용자 중 누구에게 법적 책임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으며, 이처럼 기술이 발전할수록 책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습니다. 윤리 없는 기술은 사고가 났을 때 그 피해를 사용자에게 전가하거나, 기술 개발자의 도덕적 회피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사용자의 손에 따라 인간을 돕는 ‘기술’이 될 수도, 사람을 해치는 ‘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기술의 도입보다 먼저, 그것이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함을 인식해야 합니다.
편향된 AI: 데이터가 만든 차별, 알고리즘이 확산시키다
많은 사람들은 AI가 인간보다 ‘객관적’ 일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AI는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에, 그 데이터가 가지고 있는 편향과 차별을 고스란히 흡수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편향이 AI 알고리즘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인종차별적 AI 판별 시스템입니다. 미국에서는 흑인 범죄자를 더 높은 재범 위험으로 예측한 사법 판결 보조 AI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는 흑인 커뮤니티에 대한 편견이 담긴 과거 범죄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였습니다. AI는 그저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했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채용 알고리즘에서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과거 남성 중심의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여성 지원자를 낮게 평가하거나 특정 학교 출신만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AI가 만든 데이터 기반의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은밀하게 차별을 정당화하는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편향된 AI는 문제가 발생해도 쉽게 수정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알고리즘은 블랙박스로 작동하며, 외부에서 그 내부 작동 방식을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술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AI가 적용되는 모든 분야—의료, 금융, 교육, 공공서비스—에서 불공정성과 불신을 확산시킵니다.
따라서 AI 개발과 도입 시에는 단순한 기술적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수집 단계에서부터의 윤리성, 편향 탐지 기술, 알고리즘의 투명성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기술은 공정함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는 결코 공정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불평등: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격차
기술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기술을 누가 사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불평등을 확대할 위험도 존재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잘 다루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라 불리며, 이는 정보 접근권, 직업 기회, 교육 수준 등 다양한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고령층, 저소득층, 교육 소외 계층은 최신 기술에 접근하기 어려우며, 이는 일자리 경쟁에서 뒤처지고, 서비스 이용에서도 소외되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못해 접수를 포기하는 고령 환자, 온라인 은행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층, AI 교육에서 배제된 농촌 지역 청소년들이 그 사례입니다.
또한 기술을 개발하고 보유한 소수 기업이나 국가가 기술적 주도권을 가지게 되면서, 경제적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와 자본을 기반으로 더 많은 권한과 수익을 독점하며, 기술의 혜택은 일부에게만 돌아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은 더 이상 중립적인 발전이 아니라, 불평등을 확대하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의 윤리는 단지 ‘피해를 막는 일’을 넘어서, ‘누구나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윤리 없는 기술은 결국 사람에게 해를 끼칩니다.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모두가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개발 초기부터 윤리적 기준과 공정성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설계하는 ‘가치’를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